바이오주식/기업 분석

버텍스 파머슈티컬 : Vertex Pharmaceuticals

이오형 2024. 8. 21. 00:42

버텍스 파머슈티컬 : Vertex Pharmaceuticals

 

 

안녕하세요 여러분

 

매력적인 바이오 기업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이오형입니다.

 

오늘은 강소기업 하나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버텍스 파머슈티컬이라는 회사입니다.

 

 

강소기업이라고는 말했지만, 사실 시가총액 약 160조 원 정도의 큰 회사이긴 합니다.

 

그러에도 아직 많이 알려진 회사가 아닌 점, 역사가 아직 35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작다고 표현했습니다. 

 

 

 

버텍스 파머슈티컬은 Rational Drug Design을 하는 회사입니다.

 

일반적인 제약회사는 약물 후보들을 쭉 만들어놓고 스크리닝을 하면서 약을 찾는 방식으로 약을 개발합니다.

한놈만 걸려라~ 하는 것이죠.

 

 

 

이와 달리 Rational Drug Design은 과학적으로 약을 개발합니다.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분자적으로 규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약물을 디자인 하는 것이죠.

 

즉 과학기반 제약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블록버스터 드럭인 트라이카프타도 이 회사의 약물입니다.

 

아주 과학적으로 디자인한 성공적인 약물이죠.

2023년 매출이 8.9B$, 한화 12조 원에 달합니다.

 

 

 

역사가 35년밖에 안된 완전 신예회사가 어떻게 10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약을 개발했을까요?

 

이 회사는 어떤 약물들을 갖고 있을까요?

 

이 회사의 시총은 어떻게 160조 원에 달하게 되었을까요?

 

 

지금부터 버텍스 파머슈티컬의 창립, 역사, 그리고 약물들을 보면서 이 회사의 경제적 가치를 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버텍스 파머슈티컬의 창립자

 

버텍스의 창립자는 조슈아 보거라는 화학자입니다.

 

Joshua Boger

 

참 멋진 노신사네요.

 

이분은 structure-based rational drug design이라는 분야의 창시자입니다.

 

이게 뭐냐면 문제가 생긴 단백질의 3D구조를 파악하고, 이걸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를 생각해서 약을 디자인하는 분야입니다.

 

이렇게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병의 원인단백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하고, 문제가 생긴 구조를 고칠 수 있게 약물을 디자인해야 합니다.

 

즉 분자생물학자, 구조생물학자, 그리고 컴퓨터과학자가 모두 필요한 분야입니다.

 

 

보거 박사는 화학을 전공한 뒤, 석사와 박사를 거치며 단백질-리간드 인식을 연구했습니다.

 

이후 머크사(MSD)에 들어가서 연구를 하며 ratinal drug design 분야를 발전시킵니다.

10년 정도 머크사에서 일한뒤, 그는 회사를 차립니다.

 

 

바로 버텍스 파머슈티컬입니다.

 

1989년에 창립되고, 1991년에 나스닥에 상장을 하게 됩니다.

 

 

 

 

버텍스 파머슈티컬의 성장

 

버텍스사는 창립자이자 CEO인 보거의 지휘하에 "구조기반 신약디자인" 기술을 이용해 매력적인 약을 개발해 내기 시작합니다.

 

 

 첫 번째 약

창립 10년 만인 1999년에 GSK 사와 협력에 에이즈치료제 Agenerase를 개발해 승인시키기에 이르죠.

 

말이 10년 만에 약을 성공시킨 것이지,

사실 임상에 걸리는 기간만 거의 5년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치료제후보군을 거의 3년 안에 뚝딱하고 만든 것이죠.

 

작은 회사가 이렇게 빠르게 전 임상단계를 통과하는 물질을 만들어내었다?

이것이 바로 structural based rational drug design의 효과입니다.

 

 

 

이후 2003년 Lexiva라는 다른 에이즈 치료제도 개발합니다

 

 

두 번째 약

그리고 2011년 C형 간염의 치료제인 Incivek을 개발합니다.

 

전체 개발은 버텍스사와 얀센의 협업입니다.

그러나 전 임상단계까지, 즉 약물 물질개발 자체는 버텍스사에서 진행했습니다.

 

버텍스사는 이 약을 개발하기 위해 1996년 이미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구조를 연구해 논문으로 출판했습니다.

이후 자신들이 푼 단백질 구조를 기반으로 치료제를 디자인한 것이죠.

 

즉 연구-기획까지 완전히 다 해내었습니다.

 

 

세 번째 약, 그리고 도약

그리고 2012년, 버텍스는 일을 칩니다.

바로 칼리데코(Kalydeco)를 개발한 것이죠.

 

 

 

이 약이 뭐냐면 바로 블록버스터 드럭인 트라이카프타의 전신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약이며,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의 희망이 시작된 계기입니다.

 

그리고 rational drug design의 극치라고 칭할만한 약이기도 합니다. 

 

 

낭포성 섬유증은 CFTR 단백질이 돌연변이에 의해 구조가 뒤틀리면서 일을 못하게 되어서 생기는 병입니다.

그래서 버텍스사는 돌연변이 CFTR에 붙어서 이 단백질을 정상처럼 기능하게 만다는 약을 디자인해 버립니다..!

 

이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들리겠지만, 아주 작은 분자를 붙여서 단백질의 구조를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과학의 승리였습니다.

 

이 약의 가격은 1년에 약 4억.

말도 안 되게 비싼 가격을 책정해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물론 환자들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이 약을 먹어야만 하죠.

 

 

이후 버텍스사는 이 약물을 더 보완합니다.

 

칼리데코에 사용한 약물과 비슷한 약물을 두 개 더 만들어서,

총 3개의 약물을 섞어서 처방하는 약인 트라이카프타를 만듭니다.

 

2019년의 일입니다.

 

이 트라이카프 타는 돌연변이 CFTR의 구조를 거의 정상으로 되돌려버립니다.



그래서 2022년 매출 10조 원, 2023년 매출 12조 원을 달성해 버립니다.

 

트라이카프타 역시 매우 비싼 약물 중 하나입니다.

또한 구조기반 제약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여기까지가 버텍스사의 "화합물약", 즉 1세대 약물 개발기입니다. 

 

즉 버텍스 파머슈티컬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약방식을 제시하고, 스스로 그것이 가능함을, 그것도 아주 잘 작동함을 증명한 과학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텍스 사의 확장

 

이후 버텍스사는 갑자기 노선을 추가합니다. 

 

바로 CRISPR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CRISPR 기술이 무엇이냐면 유전자를 편집하는 기술입니다.

 

일반적으로 선천적인 질병의 원인은 딱 하나입니다.

 

유전자의 이상이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정상 유전자 서열이 ABCDEFG 여야하는데, 

비정상 유전자 서열 ABCDGFE 이면 병이 되는 것이죠.

 

그럼 이때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인 GFE 를 잘라내고 그 자리에 EFG 를 넣으면 되는거 아닐까요?

 

맞습니다.

 

 

 

이런 기술을 유전자 편집기술이라하고, 그 중 가장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 기술이 CRISPR 입니다.

한국어로는 그냥 크리스퍼 라고 읽으시면 됩니다.

 

 

그런데, 유전자 편집기술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정확도가 100%가 아니라는 점이 첫 번째 문제이고, 

두 번째 문제는 성인의 경우 세포의 수가 약 50조개라는 것입니다.

 

 

50조개의 세포에 일일이 들어가서 그걸 어느세월에 다 바꿀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CRISPR 기술이 모든 질병을 치료해줄 수 있을줄 알았는데, 생각만큼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버텍스의 신약, CASGEVY

그런데, 이 CRISPR의 특성을 영리하게 이용한 신약이 개발되었습니다. 

바로 Vertex사가 CRISPR Therapeutics와 공동개발한 약인 CASGEVY (exagamglogene autotemcel) 입니다.

 

이 CASGEVY 는 겸상적혈구빈혈증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Sickle cell anemica 라고 합니다.

 

겸상적혈구빈혈증은 아주 유명한 유전병 중 하나이죠?

 

 

 

간단하게만 설명하면 적혈구에는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이 있습니다. 

 

이 헤모글로빈에 대한 정보를 저장하고 있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헤모글로빈 단백질의 구조가 이상해집니다.

 

그리고 이런 헤모글로빈에 의해 적혈구의 모양이 둥근 모양에서 반달모양으로 변합니다.

 

즉 적혈구가 이상한 병이 겸상적혈구 빈혈증인 것이죠.

 

 

 

그런데 적혈구의 수명은 일반적으로 약 4달 정도로 금방 만들고 금방 버리는 세포입니다.

 

그래서 적혈구는 계속해서 생산을 해야하는데, 이 적혈구를 생산하는 세포가 바로 "골수"에 위치해있습니다.

 

우리몸에 있는 적혈구의 수는 약 20조개이지만,

이들을 생산하는 골수세포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많은 적혈구를 일일이 바꿀 필요없이,

골수세포만 바꿔주면 되는 것이죠.

 

(참고로 적혈구는 핵이 없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CASGEVY 설명에서 이어가겠습니다)

 

그래서 CRISPR 기술을 써서, 상대적으로 수가 적은 골수세포의 유전정보를 바꿔주면

겸상적혈구 빈혈증이 치료되는 것이 CASGEVY 의 작용기전입니다.

 

 

 

구조기반 신약디자인만 하는 회사인줄 알았는데, 

CRISPR 라는 미래기술을 실제로 상용화까지 해버렸습니다.

 

이제 이 VERTEX 사의 저력이 느껴지시나요?

 

 

VERTEX 사의 미래

 

앞으로 VERTEX 사는 어떻게 될까요?

 

요즘 신약개발의 트렌드는 명확한 Mechanism of Action, 즉 작용기전이 명확한 약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버텍스의 창립자인 보거박사가 발전시킨 Structural based rational drug design (구조기반신약디자인) 은 MoA가 명확한 약을 만들기에 아주 적합한 방법이죠.

 

병의 원인 단백질을 찾고, 구조이상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확인하고, 이를 되돌릴 약을 디자인 하는 것이니까요.

 

 

버텍스사는 이런 방법을 통해서 에이즈약, C형 간염치료제 원료를 개발했고,

자체적으로 낭포성 섬유증약을 개발해 블록버스터 드럭의 반열에 올려놓았죠.

 

그러고는 CRISRP 라는 유전자 편집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군의 약물을 개발하기도 했구요.

 

즉 버텍스는 과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가

과학의 원리에 따라 차근차근 약을 개발하는

과학적인 회사입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 매우 높이 평가해 주고 싶습니다. 

 

 

지금 버텍스사는 새로운 약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증통증을 진정시킬 수 있는 약,

마약성 진통제의 대체제로 주목받는 수제트리진 Suzetrigine 입니다.

 

이 역시 구조기반 신약개발기술의 성과입니다.

 

강한통증의 기전을 파악하고, 원인 단백질을 찾아서, 그 단백질을 비활성화시킬 수 있는 물질을 디자인한 것이거든요.

 

수제트리진까지 승인되고나면 버텍스는 단숨에 10위권 안으로 도약을 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버텍스는 아주 훌륭한 신약 디자인 기술을 갖추었고,

CRISPR 라는 새로운 기술을 활용해

놀라운 신약을 개발하기까지 한과학적인 회사다

 

정도로 요약가능합니다.

 

 

VERTEX 사의 한계

 

그러나 버텍스사는 아직까지는 한계점들이 있습니다.

 

가장 큰 한계점은 바로 약의 가격입니다.

 

버텍스의 베스트셀러는 트라이카프타로 낭포성섬유증을 치료하는 약이죠.

이걸로 매년 10조원씩 벌고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낭포성섬유증이라는 병을 들어보신적이 있으신가요?

 

다른 블록버스터드럭은 자가면역질환이나 암과 같은 병을 치료하는 약으로,

환자가 아주 많아서 매출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런데 낭포성섬유증은 그런 병이 아닙니다..

몇 안되는 환자들 등골을 뽑아먹어서 매출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죠

 

 

버텍스는 약가를 아주아주 높게 책정하는 회사입니다.

 

항체약물도 아니고, CAR-T 같은 개인별 개발이 필요한 약도 아니고..

일반 화합물인데 과하게 비싸다는 감이 듭니다.

 

1년에 3천만원이나 듭니다..

 

 

첫 번째 낭포성섬유증 약인 칼리데코는 가격이 무려 1년에 3~4억 사이여서 많은 비난을 받았었거든요.

 

이후에 칼리데코에서 업그레이드한 약인 트라이카프타는 가격이 1/10선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너무한 가격입니다.

 

심지어 완치가 가능한 병이 아닌지라 죽을때까지 이 약을 먹어야 하는데 말이죠...

 

개발에 많은 고급인력이 들어갔음을 고려해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째 한계점으로는 약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버텍스가 실제로 판권을 완전히 갖고 있는 약은 두 개의 군 뿐입니다.

 

트라이카프타로 대표되는 낭포성섬유증 치료제들, 

그리고 카스게비 이죠.

 

이들이 모두 블록버스터 드럭이 된다고 해도 아직 메이저제약사 반열에 들기는 좀 부족해 보입니다.

 

물론 이번에 승인이 진행중인 수제트리진의 역할에 따라 달라질 수 도 있겠지만요.

 

 

 

또한 항체나 단백질기반의 약이 없는 것이 의아하긴 합니다.

 

구조기반 제약을 한다는 것은 충분히 항체기반 신약을 디자인 할 수 있어보이는데도 없더라구요.

 

개발중인 pipeline 상에서도 원료물질들이 죄다 화합물약만 있습니다.

항체약은 콜드체인도 필요하고, QC도 어려워서 안하는걸까요?

 

물론 굳이 1,2,3세대 약을 다 갖출 필요는 없지만 이 부분이 의아하긴합니다.

 

훌륭한 1세대 약물 디자인 기술과 훌륭한 3세대 약물을 보유했는데

2세대가 비어있으니 신기합니다.

 

 

버텍스사의 한계는 이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재무재표상의 한계점 같은 부분은 제 전문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말을 하진 않도록 하겠습니다. 

 

 

 

버텍스 정리

 

시총 160조원 정도의 중견기업으로 창립 35년 밖에 되지 않았으나

벌써 블록버스터 드럭 트라이카프타를 배출한 회사.

 

과학적인 원리로 약을 디자인하는 기술이 뛰어나며,

이 기술로 에이즈, 간염, 낭포성 섬유증 치료제를 개발함

 

또한 CRISPR 라는 신기술을 활용한 약을 개발하는데 참가할 정도로 기술 잠재력이 뛰어남

 

 

과하게 높은 약가, 적은 수의 약물, 2세대 약의 부재 등이 약점으로 꼽히나, 

아주 큰 단점은 아니라고 생각됨.

 

 

 


 

버텍스는 개인적으로 정말 취직해보고 싶은 회사이기도 합니다.

과학기반의 진짜 제약회사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버텍스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네요.

 

 

 

추가적으로 버텍스사의 약물 분석 링크를 걸어놓겠습니다.

 

트라이카프타 TRIKA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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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게비 CASGE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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