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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게비 (CASGEVY) : Exagamglogene autotemcel

이오형 2024. 9. 9. 22:42

카스게비 (CASGEVY) : Exagamglogene autotemcel

 

 

안녕하세요 여러분

혁신적인 신약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이오형입니다.

 

얼마 전, 저는 떠오르는 신예 제약회사인 버텍스 파마슈티컬에 대해서 간단히 분석했습니다.

 

구조기반제약의 창시자인 과학적인 회사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라는 기술까지 섭렵해 FDA 승인을 받아냄으로써

엄청난 기술력을 증명했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오늘은 버텍스에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만든 신약, 카스게비에 대해 분석하려고 합니다.

 

 

카스게비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설명한 뒤에,

유전자 가위란 무엇이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그리고 카스게비가 갖는 과학적인 의의는 무엇인지

간단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카스게비의 경제적 가치

 

카스게비는 2023년 12월 FDA 승인이 난 약입니다.

아직 승인된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죠.

 

치료하는데 드는 비용은 2.2 million $, 한화로는 약 28억원 정도가 드는 약입니다.

 

매우 비싸죠?

 

이 약은 환자 개인에게서 골수를 채취하고, 이를 유전자 조작을 하고, 환자에게 다시 이식을 해야 하는 약이라서 그렇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환자 한 명 한 명마다 여러 전문가가 붙어서 케어해야 하는 약이죠.

 

 

 

맞기 위해서는 시간도 많이 듭니다.

 

약 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환자 맞춤형 약이 만들어집니다.

 

2023년 12월에 FDA 승인이 났으니, 2분기까지는 당연히 제대로 맞은 사람이 없겠죠?

 

아직 3분기 레포트가 나오지 않아서 얼마나 팔렸는지는 알 수 없네요.

 

 

다만 버텍스사 2024년 2분기 레포트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약 150,000명이 이 약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선천성 병에 대한 매우 비싼 약을 각 국의 보험이 얼마나 커버해 주는지가 꽤나 관건이 되겠네요.

 

 

 

어쨌든 아직 경제적 가치를 점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미국시장과 중동, 유럽시장일부에서 승인을 받은 만큼 어느 정도의 시장은 확보한 상태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카스게비란?

 

그럼 이 카스게비가 대체 어떤 병을 치료하길래,

만드는데도 한 세월, 맞는데도 천문학적인 금액이 드는 걸까요?

 

 

카스게비는 빈혈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빈혈은 피가 모자란 병이라는 뜻이죠?

 

 

정확하게는 피 속 적혈구의 수가 적거나 적혈구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아서,

산소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병입니다. 

 

그래서 빈혈환자들의 경우 뇌로 산소가 잘 안 가서 어지러움을 겪기도 하죠.

 

 

빈혈은 아주 일반적인 질환입니다.

 

정상인의 경우에도 컨디션에 따라서, 

특히 여성의 경우 빈혈에 걸리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냥 잘 챙겨 먹으면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로 치료가 필요 없습니다.

 

 

 

 

카스게비는 이런 일반적인 빈혈을 치료하는 약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빈혈(anemia)은 유전자는 정상인데, 

건강상의 이유로 적혈구의 수가 줄어들어서 생기는 병입니다.

 

 

그런데 카스게비가 치료하는 빈혈유전자이상으로

비정상 적혈구가 만들어져서 생기는 병입니다.

 

 

카스게비가 치료하는 빈혈의 종류는 두 가지입니다.

 

Sickle cell disease라고 부르는 겸상적혈구 빈혈과

Transfusion dependent beta-thalassemia라고 부르는 지중해성 빈혈입니다.

 

두 병 모두 적혈구의 가장 중요한 단백질인 헤모글로빈을 코딩하는 유전자에 문제가 생기는 병입니다.

PDB : 1GZX

 

이 그림이 헤모글로빈 단백질의 구조입니다.

보시면 빨간색 단백질 두 개와 파란색 단백질 두 개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빨간색은 글로빈 알파, 파란색은 글로빈 베타입니다.

즉 알파 두 개와 베타 두 개가 만나면 정상 헤모글로빈이 됩니다.

 

 

 

만약 알파글로빈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빈혈이 됩니다.

 

만약 베타글로빈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마찬가지로 빈혈이 됩니다.

 

 

즉 두 개의 글로빈 중,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정상 헤모글로빈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빈혈에 걸리게 되는 것이죠.

 

 

카스게비가 치료하는 병인 겸상적혈구빈혈증과 beta-thalassemia는 모두 베타글로빈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병입니다.

 

 

이 경우에는 잘 챙겨 먹는다고 해서 병이 낫지 않습니다.

유전자에 이상이 있으면 평생 빈혈을 갖고 살아가야 합니다.

 

일반 빈혈처럼 어지럽고 피곤하고 이 수준이 아니고,

장기 이상이 생기거나 혈관이 막힐 수도 있고,

기대수명도 30년 이상 감소합니다.

 

 

즉 불치병인 것이죠.

 

 

 

물론 치료하는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바로 골수이식입니다.

 

 

골수이식과 빈혈

이렇게 유전자 이상에 의해 빈혈이 발생할 경우 골수이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적혈구는 우리 몸에 약 30조 개가 있으며,

적혈구의 수명은 3~4개월입니다.

 

수명이 짧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적혈구를 만드는 중이죠.

 

 

 

적혈구를 만드는 곳은 우리 뼈 안에 있는 골수입니다.

 

이 골수를 정상으로 바꿀 수 있다면, 

당연히 정상 유전자를 가진 적혈구를 만들 수 있겠죠?

 

 

그래서 골수이식을 통해서 이런 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골수이식에 대해서 아시듯, 

기증자와 환자의 여러 부분이 일치해야 하고, 

기증자를 구하는 것도 어렵고,

기증자에게도, 환자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 수술입니다.

 

또한 어쨌든 기증자는 환자 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이식-부작용을 각오해야 하기도 합니다.

 

 

즉 골수이식은 완벽하게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면 남의 정상유전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내 문제유전자를 정상유전자로 바꾸면 안 될까?

 

 

라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약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카스게비입니다. 

 

 

카스게비의 원리

 

카스게비의 원리는 나의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유전자로 바꿀 수 있을까요?

 

바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사용해 비정상 글로빈 유전자를 잘라내고,

유전자 풀을 이용해 정상 글로빈 유전자를 넣어줄 수 있다면,

복잡하고 부작용 많은 골수이식대신

간단하고 부작용을 확 줄일 수 있겠죠?

 

 

유전자 가위 기술은 TALEN, ZFN, CRISPR 등 다양한 기술이 있는데, 

가장 각광받는 기술은 바로 CRISPR이라는 기술입니다.

 

 

 

CRISPR 기술은 우리의 유전체를 쭉 따라가면서 자르고자 하는 부분을 찾아냅니다.

그리고 찾게 되면 Cas9이라는 효소를 이용해서 그 부분을 잘라냅니다.

 

그래서 이 기술을 CRISPR-Cas9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그럼 이 기술을 우리 몸에 있는 60조 개의 세포에 다 적용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적혈구를 만드는 골수만 바꿔주면 됩니다.

 

 

골수는 우리 몸에 있는 대부분의 뼈에 다 있습니다.

 

그럼 크리스퍼 시스템이 우리 몸을 다 돌아다니면서 바꿔주면 되겠죠?

 

근데 이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외부에서 골수를 넣어줄 것입니다.

 

골수이식을 받는데, 내 골수를 좋게 바꿔서 이식받는 느낌이죠.

 

 

먼저 환자 본인의 골수세포를 채취한 뒤,

골수세포의 유전자를 CRISPR/Cas9 시스템을 통해서 바꿔줍니다.

 

 

 

어떤 유전자를 바꿔줄까요?

 

카스게 비는 베타글로빈에 이상이 생긴 경우를 치료해야 합니다.

 

그럼 당연히 문제가 있는 베타글로빈 유전자를 잘라내고, 정상 베타글로빈 유전자를 넣어주겠죠?

 

아닙니다.

 

 

 

우리는 알파글로빈과 베타글로빈 말고도 하나의 글로빈을 더 갖고 있습니다.

바로 감마글로빈이라는 단백질입니다.

 

이 감마글로빈은 태아들이 사용하는 단백질입니다.

 

즉 태아일 때는 알파글로빈-감마글로빈 조합을 사용하고,

태어난 뒤에는 알파글로빈-베타글로빈 조합을 사용합니다.

 

감마글로빈에 문제가 있으면 아예 태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니 베타글로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 해도, 이 사람은 무조건 감마글로빈은 정상이라는 것이죠.

 

태어난 뒤에는 BCL11A 라는 단백질에 의해서 감마글로빈의 발현을 저해합니다.

대신 베타글로빈이 발현됩니다.

 

 

그럼 BCL11A의 발현을 막는다면?

베타글로빈 생성이 억제되고 감마글로빈이 발현되겠죠.

 

이 감마글로빈이 문제성 베타글로빈을 대체하게 되면서, 정상적인 헤모글로빈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베타글로빈을 대신할 감마글로빈의 발현이 늘어날 수 있게

CRISRP/Cas9 기술로 조작한 골수세포를 넣어주는 것이

카스게비의 원리입니다.

 

 

즉 카스게비의 원리를 정리해 보자면, 

 

베타글로빈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을 위해서

베타글로빈을 대체할 수 있는 감마글로빈의 발현을 높일 수 있게

CRISPR/Cas9 기술을 사용해 조작한

자신의 골수세포를 넣어주는 것

 

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카스게비의 과학적 의의

 

카스게비는 최초로 CRISPR/Cas9 시스템을 활용한 유전자 치료법이라는 의의가 있습니다.

 

 

유전자 치료법은 이제는 꽤 많이 승인을 받았죠?

 

6개의 CAR-T 세포와 졸겐스마 등의 약을 제가 이미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유전자 치료를 했습니다.

 

 

우리의 카스게비는CRISPR/Cas9을 썼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이 기술을 쓴 게 왜 중요할까요?

 

일단 이 기술은 2020년 노벨상을 받은 기술입니다.

 

 

크리스퍼는 다른 유전자 조작방법에 비해서

저렴하고, 정확하고, 쉽습니다.

 

또한 활용 방법도 무궁무진합니다.

 

아까 제가 CRISPR/Cas9 이란 CRISPR를 통해 조작하려는 곳으로 이동하고, Cas9이라는 효소가 실제로 잘라준다는 것을 간단히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럼 자르는 것 말고 다른 기능이 있는 효소를 쓰면 어떻게 될까요?

실제로 Cas9 말고도  다양한 cas 단백질이 있고, 

cas9에 변형을 주면 단순히 자르는 것 말고 더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즉 이 방법은 쉽고, 다양한 방법인 것이죠.

 

그리고 이를 활용한 최초의 FDA 승인 약품이 나왔다는 것은

과학이 실제로 치료와 연관됨을 보이는 중요한 증거입니다.

 

그리고 이걸 최초로 승인시킨 회사가 Vertex Pharmaceuticals 라는것.

이 회사 일 잘한다는 증거이기도 하죠.

 

 

 

물론 과도하게 비싸고 번거로운 제작방식 때문에 

트라이카프타급의 블록버스터 드럭이 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과학의 진보 관점에서, 버텍스사의 기술 관점에서는 좋아 보입니다.

 

 

 

카스게비 정리

 

베타 글로빈 유전자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빈혈 치료제.

CRISPR/Cas9 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환자의 골수를 고친 뒤, 다시 넣어주는 방식으로 치료함.

약 28억 원의 비용과 6개월의 대기시간이 들어가는 약.

 

2023년 12월 FDA 승인되었으므로, 경제적 가치를 알기 위해서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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