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카프타 (TRIKAFTA) : elexacaftor/tezacaftor/ivacaftor
안녕하세요. 이오형입니다.
드디어 2028년 미래가 기대되는 약 10선의 마지막 연재분,
트라이카프타에 대한 글입니다.
트리카프타는 cystic fibrosis, 섬유성 낭포증이라는 질병을 치료하는 약입니다.
꽤나 생소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환자들이 앓고 있으며,
유전자 이상에 의해 일어나는 불치병입니다.
이 섬유성 낭포증은 아주 심각한 합병증을 많이 일으키기 때문에,
치료가 꼭 필요한 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이상에 의해 일어나는 병이라
유전자를 바꾸지 않고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섬유성 낭포증 치료법은 대증요법,
즉 증상을 완화시키고 관리해 나가는 쪽의 치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인 트리카프타는 유전자 치료라는 복잡하고 어려운 방법을 거치지 않고도,
단순 증상완화가 아닌 근본적 개선을 가능케한 약이라는 점에서 아주 높게 평가될 만한 약입니다.
매력적이죠?
트리카프타는 2019년 10월에 최초승인 된 약물이며,
개발사는 Vertex Pharmaceuticals 라는 회사입니다.
빅파마가 아니라 다들 처음 들어보셨을거에요
2022년 기준 Vertex 사 매출의 90%가 트라이카프타에서 나왔습니다.
한화 약 10조원에 달하는 매출액입니다.
화합물 약이라는 점에서는 클래식하지만,
또 혁신적인 방법으로 낭포성 섬유증을 치료하는 약.
트라이카프타에 대해서 한번 알아볼게요.
먼저 트라이카프타의 경제적 가치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트라이카프타의 경제적 가치
트라이카프타는 Vertex Pharmaceuticals 라고하는 작은 회사에서 만들어진 약입니다.
그런데도 2028년이 기대되는 약 10선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Vertex 사를 멱살쥐고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2022년 Vertex 사의 총 매출은 8,930,000,000 달러, 즉 11조원 인데요,
이중 트라이카프타가 만들어낸 매출만 7,686,000,000달러 한화로 9.99조원... 거의 10조에 가까운 매출입니다.
트라이카프타가 없으면 1조원의 매출이니, 구멍가게 수준이네요.
즉 Vertex 사 매출의 90%이상이 트라이카프타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트라이카프타의 독점권, 즉 특허가 끝나면 Vertex 사에는 큰 손실이겠죠?
다행히 2023년 기준 2037년 까지는 트라이카프타의 특허가 미국과 유럽시장 모두에서 보존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럼 이 트라이카프타라는 약이 뭐길래 작은 제약회사에 10조원 가까이 되는큰 돈을 벌어다 주고 있는걸까요?
그걸 알아보기 위해서 지금부터 트라이카프타의 적응증인 낭포성 섬유증과 트라이카프타의 치료 원리에 대해 알아볼게요.
낭포성 섬유증이란?
트라이카프타는 딱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병 하나에만 효과가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다룬 암 치료제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들은 적응증이 다양해서 시장이 컸죠?
그런데 트라이카프타는 적응증의 확대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큰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은 대체 불가능한 엄청난 약이기 때문입니다.
트라이카프타의 적응증인 낭포성 섬유증은 어떤 병일까요?
낭포성 섬유증은 영어로 cystic fibrosis 라고 합니다.
보통 이 병에 걸리게 되면 평균 40.7세에 사망한다고 합니다.
낭포성 섬유증 증상
이 병에 걸리게되면 굉장히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납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만성적 폐렴, 췌장기능부전, 남성 불임, 당뇨 또는 간 질환등이 나타납니다.
사람마다 어떤 증상이 어떤 강도로 나타나는지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런데 공통적인 증상이 있는데, 땀이 아주 짭니다.
소금기가 많은 땀이 낭포성 섬유증의 공통적 증상입니다.
진단할때도 이 방법을 사용합니다.
딱 봐도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동시에 땀이 짭잘해지는 공통증상이 나타난다...
왜 그럴까요?
낭포성 섬유증의 원인
낭포성 섬유증이 이렇게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이유는 유전자 결함에 의해 생기는 병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세포는 세포안과 세포 바깥을 명확하게 구분짓습니다.
세포 안과 밖의 이온조성비는 완전히 다르고,
이를 구분할 수 있음이 생존한다 와도 같은 말이거든요.
그래서 세포는 다양한 이온들을 선택해서 내보낼 수 있는 장치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ion channel, ion transporter 라고 하는 것들입니다.
이들은 세포막에 붙어있는 단백질로써, 내부 or 외부 신호에 맞춰서 열리거나 닫힘을 반복하면서
이온을 통과시키는 문지기 역할을 하거나(ion channel), 이온을 농도 기울기에 역행하게 이동시키는 역할(ion transporter)을 합니다.
이런 이온 채널 중 하나라도 일을 잘 못하게 되면 병이 됩니다.
우리가 오늘 보고있는 낭포성 섬유증, cystic fibrosis 는 이러한 이온채널중 CFTR 이라는 이온채널이 문제가 생긴 병입니다.
CFTR 이란?
이 CFTR 의 풀네임은 Cystic Fibrosis transmembrane conductance regulator 인데요,
단백질의 이름에 병명이 들어가죠?
이 병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유전학자들이 연구끝에 '이 단백질이 원인이다 ' 하고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그 전까지는 제대로된 이름이 없었어요.
신기하지 않으신가요?
참고로 CFTR 은 아주 특이한 성질이 많은 단백질이라 더 구구절절 설명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독자님들이 이런 내용을 들으면 지루할 것 같아서 참겠습니다.
다음번 CFTR 분석글을 참고해주세요.
어쨋든 이 CFTR 의 역할은 anion channel 입니다.
몇몇 음이온들이 CFTR 을 통해서 지나가는데, 대표적으로는 Cl-. HCo3- 등을 통과시킵니다.
이 단백질 모형이 CFTR 의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CFTR 은 항상 이온들이 지나갈 수 있게 열린상태는 아니구요,
세포에 특정 신호가 있을때만 열립니다.
위쪽 그림을 보시면 위쪽으로 단백질이 맞물려있죠?
저 부분이 ATP binding 을 통해서 열리게 되면 길이 열려서 저 구멍의 사이즈에 맞는 이온들이 통과하게 됩니다.
이 CFTR 은 대부분의 epithelial cell, 즉 상피세포들에 발현됩니다.
상피세포라 하면 피부, 위장벽, 장기 내벽 등등이 다 상피세포거든요.
그래서 CFTR 에 문제가 생기면 피부에도, 폐에도, 위장에도, 생식장기에도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그러면 CFTR 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낭포성 섬유증이 되는 걸까요?
CFTR 이 열리기 위해서는 두 종류의 자극이 모두 필요합니다.
일종의 AND gate 처럼 작동하는것이죠.
1) ATP 가 단백질에 붙는다
2) R domain 에 인산화(phosphorylation) 가 일어난다.
이 두 조건이 충족되면 CFTR 은 열립니다.
이해를 위해 가져온 단백질 모식도입니다.
위에 있는 단백질 구조를 좀 더 알아보기 편하게 펼친 그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림에 보시면 동그란 구 모양의 단백질이 보이시죠?
저것이 제가 위에서 말한 R domain 입니다.
저 부분은 다른 단백질에 잘 없는 조절 단백질 부분인데,
저기에 변이가 특히 자주 발생합니다.
그렇게 되면 이 CFTR 이 열리지 않게 됩니다.
CFTR 이 안열리면 어떻게 될까요?
아까 CFTR 은 음이온들을 수송한다고 했죠?
CFTR은 음이온을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음이온이 밖에 많아지면서 전하-농도를 맞추기 위해 열려있는 양이온 채널을 통해 일부 양이온이 같이 세포 밖으로 이동합니다.
그러면 이온들이 녹아있는 물은 삼투압 작용에 의해서 세포밖으로 같이 이동하게 됩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상태입니다.
그런데 CFTR이 열리지 않으면 음이온과 양이온이 모두 세포 내부에 갖히게 되고,
그러면서 삼투압작용도 일어나지 않아, 물이 세포내부에 가득 차게 됩니다.
그럼 세포가 부풀게 되겠죠?
그래서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폐의 상피세포에 CFTR 이 잘 일을 못해서 mucus 가 굳게 되는 증상이 나타나구요.
기타 다른 증상도 이런 CFTR 이 일을 잘 못해서,
세포 내부 or 외부에 다양한 문제가 생겨서 병증이 나타납니다.
그럼 이렇게 낭포성 섬유증의 원인이
CFTR 이라는 이온 수송단백질의 변이로 인해서,
세포 내/외부 이온 농도의 균형이 무너졌다.
라는 것은 정리가 되셨죠?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유전병인 CFTR 을 어떻게 트라이카프타가 치료하고 있는지를 알아볼게요.
트라이카프타의 작용기전
트라이카프타는 세 종류의 유효성분이 있습니다.
elexacaftor, tezacaftor, ivacaftor
이렇게 인데요, 모두 이름의 끝이 caftor 로 끝나는 거 보이시나요?
즉 -caftor 이라는 성분 3개가 들어갔다고 해서
tri + caftor : 트라이카프타 가 된거 같아요.
작명센스 장난아니네요..
어쨋든 이 세 성분의 효능을 보겠습니다.
먼저 아까 섬유성 낭포증의 원인이 CFTR 단백질의 변이때문이라고 했죠?
이 부분을 좀 더 짚고 넘어갈게요.
우리 세포는 단백질이 이상하게 만들어지면,
만드는 과정에서 폐기해 버립니다.
그래서 CFTR 에 변이가 있으면 세포는 이 단백질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바로 폐기해버립니다.
그래서 섬유성 낭포증 환자는 실제로 세포막 표면에 발현되는 CFTR 의 수가 매우 적습니다.
제대로 안열리는 CFTR 이라고 해도, 하나라도 더 있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세포가 보기에는 이상한 단백질이니 더이상 가공을 하지 않고 버리는 것이죠.
1) Corrector : elexacaftor, tezacaftor
그래서 이상한 CFTR 을 안정화시켜서 일단 세포막 표면에 발현이 되게 하는 작용을 돕는 약제가 elexacaftor와 tezacaftor 입니다.
이렇게 구조가 이상해서 발현이 잘 되지 않는 단백질을 구조적으로 안정시켜서
잘 발현이 되게 하는 약물을 "corrector" 라고 합니다.
elexacaftor 는 type 3 corrector 이고,
tezecaftor 는 type 1 corrector 로 CFTR 에 붙는 곳이 각각 달라요
그래서 이 두물질은 CFTR 을 아주 안정되게 합니다.
그림에서 가장 아래쪽 Trikafta 를 처리한 군에서는 단백질의 모양이 일그러진 곳 (disordered) 없이 잘 구조화되어있는것이 보이죠?
이렇게 잘 만들어지고 안정화된 단백질은 세포막 표면으로 잘 발현됩니다.
2) Potentiator : ivacaftor
또한 CFTR 이 잘 열리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것도 인위적으로 R domain 을 안정화시켜서 잘 열리게 할 수 있습니다.
이 작용은 ivacaftor 가 해줍니다.
이렇게 잘 열리지 않는 ion channel 을 잘 열리게 하는 약은 potentiator 라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CFTR 의 구조를 안정시켜 발현량을 늘리는 두 종류의 corrector drug 과
CFTR 이 잘 열릴 수 있게 도와주는 potentiator drug을 이용해서
변이 CFTR 이 잘 작동하게 해서 섬유성 낭포증을 치료했다.
이것이 트라이카프타의 원리다 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3개의 화합물약을 이용해서
mutant protein 이 잘 발현되게 하고,
또 더 잘 작동하게 하는 것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유전자 이상으로 단백질모양이 이상하다
--> 그럼 유전자치료해야겠네? (CRISPR-cas9)
이렇게 이어지는게 일반적인 과학자들의 생각의 플로우인데,
이 팀은 완전히 생각을 바꿔서, 과거의 약이라고 생각되는 화합물약을 이용해 문제있는 단백질의 성능을 완전히 좋게 바꿔버렸으니까요.
(참고로 버택스사는 크리스퍼도 잘한다고 하니 다음에 한번 분석해볼게요)
최근에 공부한 약 중 가장 재미있는 약이었습니다.
자세한 원리는 Science 지에 논문으로 실렸으니,
좀 아신다 하시는분들은 한번 읽어보시는거 추천드립니다.
Molecular structures reveal synergistic rescue of Δ508 CFTR by Trikafta modulators | Science
Vertex 제약사의 저력
그럼 이제부터는 조금은 잡설인데요,
"이 연구팀은 어떻게 이렇게 정교한 화합물약을 개발했는가"
라는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이는 Vertex 라는 회사의 저력과도 상당히 관련깊은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화합물약들은 어떻게 찾아내는 걸까요?
과거에는(그리고 지금도) 여러가지 물질들을 그냥 무작정 스크리닝하는 방법으로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drug 후보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것과,
빠르게 screening 해서 효능있는 물질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죠.
예를들어 말하자면 A 회사가 효능이 알려지지 않은 10만개의 화합물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은 엄청나게 빠른속도로 B 질병에 이 10만개 화합물을 각각 처리해보면서
어떤 약이 이 병에 효과가 있는지 무작적 스크리닝하면서 효과가 있는 후보군을 찾고,
이 후보군들을 조금씩 변형해보면서 치료약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약을 개발했습니다.
주먹구구식이죠?
이렇다보니 당연히 넓은 풀의 화합물을 가지고 있고,
엄청난 인력과 돈이 있어서 빠른 스크리닝이 가능한 대형 제약사들이 유리했습니다.
그런데, Vertex Pharmaceuticals 는 그런 빅 파마가 아니죠.
대신 버텍스 제약는 새로운 전략을 취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rational drug design 전략입니다.
우리가 치료하고자 하는 병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고,
그 원인을 제거할 수 있는 약을 직접 디자인 하는 것입니다.
이번 섬유성낭포증을 예시로 좀 더 설명해보면
CFTR 이라는 단백질에서 가장 잦은 변이인 F508 이 생기면
이 단백질이 구조가 불안정해서 발현이 잘 안되며,
R domain에 생긴 문제로 인해 opening 이 잘 안되는 것을 알아낸 것이죠.
그래서 불안정한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한 약인 corrector drug 을 디자인하고,
잘 안열리는 변형된 R domain 을 고쳐서 잘 열리도록 potentiator 를 디자인 한 것이죠.
이게 진짜 과학아닐까요?
언뜻 듣기에는 쉬워보이지만, 어떻게 해야 이 단백질이 안정화될지 찾는건 아마도 computation biology 를 이용했거나 아주 경험이 많은 생화학자들의 기여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의 버택스 제약의 미래가 좀 기대됩니다.
개인적으로 언젠가는 이 회사에서 한번 쯤 일해보고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어쨋든 오늘의 트라이카프타 분석도 재미있으셨나요?
과거의 전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어려운 방법을 쉽게 만들었다고 한줄 평을 내리고 싶네요.
그럼 오늘의 분석을 보고 관심이 생기셨다면 VERTEX Pharmaceuticals 사에 한번 투자해 보시는거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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