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치료제 : 허셉틴 (HERCEPTIN) 그리고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허셉틴 (HERCEPTIN) : trastuzumab
허셉틴이라는 약에 대해 들어보신 분이 있을까?
바이올로직스 시장의 문을 연 약이자, 아직까지도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항체신약이다.
그림에도 나와있다 싶이, 허셉틴은 로슈사에서 판매하고 있는 항체 신약이다.
(20년이나 되서 신약이라고 부르기 민망하긴 하다)
허셉틴은 항암 치료의 터닝 포인트를 제시해준 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약이다.
그 전까지 고형암 치료는 수술, 방사선 치료, 아니면 정상 세포도 죽이는 고약한 약을 사용하는 것이 치료 방법이었다.
모두 부작용이 너무 큰 방법이다.
그러나 허셉틴의 개발로 targeted-tumor therapy, 즉 표적항암치료의 시대가 열렸다.
허셉틴은 로슈사와 인류 건강역사에 모두 한 획을 그은 약이다.
많은 유방암 환자를 살렸고, 또 로슈사에 어마어마한 부와 명성을 가져다 주었다.
먼저 허셉틴의 경제적 가치부터 살펴보자.
2021년 로슈사의 매출은 스위스 프랑 기준 45,041,000,000 CHF이다. 오늘 자 환율을 적용해서 계산해보면 62388076056634원... 6238807605만원... 623885억... 즉 62조 원 정도가 매출이다.
62조는 정말 말도 안되는 수치이다.
이 중에서 허셉틴의 2021년 매출은 2694 million CHF, 약 3.7조 원 정도의 매출을 보인다.
전체 매출의 약 6% 정도의 수치이다.
엥? 겨우 6%??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허셉틴은 이미 FDA승인이 된지 20년도 넘은 조상격 항체 치료제다.
그런데 아직도 건재한 것을 보면 정말 엄청난 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허셉틴이 이렇게 잘나가니, 작은 회사들은 허셉틴의 항체구조를 배낀 바이오시밀러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암젠이나 화이자는 작은 회사라고 할 수는 없네...
표에 세 번째 네 번째 항을 보면 익숙한 이름들이 보인다.
바로 우리나라의 바이올로직스 기업인 삼성 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보인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열심히 허셉틴을 배껴서 비슷한 성능의 약을 개발했고, 두 회사 모두 FDA 승인을 받았다.
어쨋든 이렇게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들은 더 싼 가격으로 시장에 공급되고, 이는 허셉틴의 판매량이 조금씩 감소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로슈에게는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왜냐, 로슈는 허셉틴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했거든.
어떻게? 는 조금 이따가 살펴보자.
오늘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분석을 진행해 보려고 한다.
먼저 유방암, 특히 HER2+ breat cancer ( HER2 양성 유방암) 의 발병 기작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왜 허셉틴이 유방암에 효과를 보이는지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허셉틴의 FDA 승인 역사와,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들에 대해 분석 한 뒤, 로슈가 허셉틴을 어떻게 한단계 더 진화시켰는지도 알아보자.
HER2+ 유방암
저번에도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암의 정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쉽게 암이 무엇인지 설명하자면 이렇다.
DNA서열에 돌연변이가 생긴 세포가, 비 정상적으로 성장하면서 생긴 것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 세포는 아무때나 증식하지 않는다.
외부로부터 복제하라는 명령이 있을때만 증식을 한다.
이때, 복제하라는 명령을 받아들이는 세포 표면의 수용체가 있는데, 이 수용체들을 EGFR family라고 부른다.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라는 뜻이다.
얘들은 평소에는 혼자 다니다가, 성장하라는 명령이 들어오면 둘씩 짝을 지어서 dimer를 만들고, dimer가 되면 세포 내부로 명령이 보내지게 된다.
EGFR family의 종류는 엄청 많은데 다 알 필요는 없고, HER2 라는 구성원에 대해서만 알면 된다.
HER2 양성 유방암, 이라고 부를때의 HER2는 EGFR family의 일원이다.
HER2는 가슴조직이나 일부 위장등에서 발현하는 세포 막 단백질이다.
원래 HER2의 발현 정도는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는데, 어떠한 이유로 HER2의 발현량이 급증하게 되는 DNA 돌연변이가 발생한다.
그럼 제한된 세포 표면에, HER2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서 밀도가 빽빽해지겠지?
그러면서 성장하라는 명령 없이도 자기들끼리 붙어서 dimer가 되버린다.
그러다보니 무작위로 세포가 증식을 하게 되고, 이것이 HER2+ 유방암이 되는 것이다.
그럼 유방암의 치료는 HER2의 양을 줄이면 되는거잖아??
맞다.
그러나 그런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세포 내에서 결정되는 단백질 발현 레벨을 외부에서 조절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HER2가 아무리 빽빽하게 존재해도, 둘 씩 짝 짓지 못하게 방해하는 항체를 만들어주자!
그래서 허셉틴이 개발되었다.
허셉틴의 원리
허셉틴의 원리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다.
HER2가 아무리 많아도 자기들끼리 붙지 못하게 하는 역할이다.
정확한 모식도로 보자면
이런식으로 HERCEPTIN이 HER2에 붙는다.
이는 이미 Nature 본지에 구조로써 증명되었다. (TMI : 이 논문 1저자는 한국인이시다.. 연세대학교 조현수 교수님)
그런데, 단순히 자기들끼리 못 붙게 하는것에다가 추가로 한 가지 기능이 더 있다.
아까 허셉틴이 항체라고 했지?
우리 몸에서 항체의 역할은 적의 위치를 면역세포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그래서 허셉틴이 유방암세포에 붙으면, 그 쪽으로 면역세포들이 와서 직접 암세포를 죽여주기도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면역관문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유방암이라는 놈이 참 독하고 똑똑하다.
허셉틴이 붙은 HER2 단백질은 항체가 붙는 머리 부분을 스스로 떼어내서 면역 세포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까지 한다;;;
이걸 HER2 shedding이라고 하는데, 허셉틴은 다른 약에 비해 이 shedding도 막아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원리로 허셉틴이 작용한다.
정리하자면 HER2끼리 붙어서 활성화되는 것을 막아주고, 유방암 세포로 면역 세포들을 이끌어서 면역계가 일을 잘 하게 도와준다.
허셉틴의 FDA 승인 과정
허셉틴은 무려 1998년에 FDA 최초 승인을 받은 항체약이다.
사실 지금은 항체 약이 굉장히 많이 개발되고 판매되고 있지만, 이 당시만 해도 항체 신약이 허가를 받고 판매가 되기까지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많은 관문을 뚫고 몇 년 간 잘 판매되다가 한 번 더 승인에 성공한다.
2006년에 허셉틴이 다른 화학요법 항암제들과 병용 요법을 진행했을 때, 효과가 있음을 입증받았다.
그래서 병용요법으로써의 허가도 받았다.
그러고 2010년에는 유방암이 아닌 전이성 위암에도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고, 위암 치료제로써 FDA 승인을 받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로슈는 허셉틴을 한 단계 더 진화시켰다.
허셉틴과 같은 항체약은 투여방법이 제한적이다.
항체 = 단백질 이고 단백질은 반드시 혈관을 통해 주입되어야 원하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다.
허셉틴은 3주에 한 번씩 투여하는 것이 원칙인데, 의료인이 있어야 정맥주사를 통해 허셉틴을 투여할 수 있다.
겨우 주사 한 방 맞으러 병원까지 가긴 힘들잖아? 암 환자에게는 안정이 최선이니까
그래서 환자들이 직접 맞을 수 있는 주사제인 피하주사(subcutaneous) 로 제제를 바꾸어서 개발에 성공한다.
이 약은 HERCEPTIN SC 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허셉틴 SC는 기존 허셉틴 제제 +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물질 을 섞어서 만든 약이다.
히알루론산은 피부 아래에서 장벽을 형성하고 있고, 항체처럼 사이즈가 큰 단백질은 이 층을 통과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히알루론산 분해효소인 hyaluronidase를 통해 이 장벽을 부분적으로 파괴하고, 이를 통해서 항체가 혈관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이는 2019년에 FDA 승인을 받았고, 특허도 걸려있다.
제 아무리 작은 회사들이 바이오시밀러로 허셉틴을 위협해도, 병원에 자주 갈 필요가 없는 약을 개발해 버리면 앞으로 10년간은 허셉틴이 건재할 수 밖에 없다.
아 물론 우리나라처럼 병원 접근성이 좋은 나라에서는 SC 주사제가 굳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지만, 외국 시장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항암제이다.
이제 항체신약을 통해서 home-treatment의 시대도 열리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허셉틴과 로슈찬양은 여기까지 하고 이제 허셉틴을 위협하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들을 알아보자.
셀트리온 - 허쥬마(HERZUMA)
먼저, 셀트리온에서 개발한 허셉틴의 바이오 시밀러, 허쥬마(HERZUMA) 에 대해 살펴보자
한국, 미국, 유럽 등에서 허가를 받았다.
주 성분의 이름은 로슈사와 똑같이 Trastuzumab이다.
정확한 이름은 trastuzumab-pkrb인데, 조금은 서열이 다른 항체이다.
대신 HER2에 붙는 부분의 서열이나 결합 강도등이 거의 같은 항체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투여간격도 3주에 한번으로 허셉틴과 동일하다.
사실 항체 서열만 있으면 그걸 생산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대신 특허가 만료된 이후에야 상업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허셉틴의 다른 바이오시밀러들도 다 2017년 이후에 생산된 것을 알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 온트루잔트(ONTRUZANT)
다음은 삼성 바이오 에피스에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이다.
무려 5년 동안이나 추적관찰을 하면서 더 확실한 데이터를 모았다고 홍보하던데, 아직 임상 데이터는 못봐서 확실히는 말을 못하겠다.
얘도 주 성분은 trastuzumab이고, 정확한 이름은 trastuzumab-dttb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유럽, 캐나다 등지에서 허가 받은 바이오시밀러이다.
허셉틴 자체도 워낙 많이 팔리고, 바이오 시밀러도 5개나 있어서 사실 아주 이들의 미래가 탄탄대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직 승인, 판매가 5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약들이다.
추가로 허셉틴에 사용된 항체인 을 이용한 유방암 신약, 엔허투에 관심 있으신 분은 이 글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https://dueffect.tistory.com/40
얘는 무려 다이치사와 아스트라제네카가 협력해서 만든 엄청난 신약이다.
유방암 시장은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고, 더 많은 신약들이 개발될 것이다.
그리고 많은 신약들은 허셉틴과 허셉틴 derivative에서 나올 것이다.
항암제 계의 게임체인저, 로슈사에 관심이 있으면, 로슈 주식을 사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5개 허셉틴바이오 시밀러 중에 2개나 우리나라 기업이다.
후발주자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잠재력도 무시할 수 없다.
셀트리온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https://dueffect.tistory.com/m/16
https://dueffect.tistory.com/m/26
를 읽고 투자매력을 점쳐보는건 어떨까?
*이 글은 상품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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