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신약, 엔허투(ENHERTU)
오늘은 유방암 신약 엔허투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그 전에 엔허투에 관련된 청원을 먼저 소개하려고 한다.
엔허투는 아직 정식 식약처 승인이 나지 않아서 많은 환자들이 기다라고 있는 약이다.
식약처 승인을 촉구하는 청원이니 관심있는 분은 아래의 링크를 눌러서 동의해 주길 바란다.
엔허투 신속 승인 청원 요청
얼마 전, 획기적인 유방암 치료제가 개발되었다.
유방암의 사망 위험을 기존 치료제에 비해서 72% 낮춰주고,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는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약이다.
이름은 엔허투 ( ENHERTU)
일본의 다이치사와 아스트라제네카가 협업으로 만든 약이다.
FDA는 엔허투의 승인을 10일만에 쾌속승인 해주었고 미국, 유럽등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이다.
단순히 유방암에만 치료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고형암에 효과가 있음이 논문에서 밝혀지고 있어서 곧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서도 허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에도 엔허투가 정식으로 도입된다면 유방암으로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정식으로 허가가 되지 않았다.
2021년 6월 식약처에서는 엔허투를 신속허가대상으로 지정해 심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가가 되지 않았다.
(식약처를 비난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전 세계에서 일을 가장 꼼꼼히 하는 훌륭한 기관이다. )
그럼 우리나라의 유방암 환자들 중, 기존 약이 듣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엔허투를 사용할 수 있을까?
바로 한국희귀필수의약품 센터를 거쳐서 직접 도입하면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번거롭고, 도입과정에서 관리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유방암 환자들은 식약처에서 정식 승인이 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승인이 빨리 나야 하루라도 더 빨리 환자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엔허투에 관한 국회 청원도 벌써 두 번째 올라온 것이다.
그만큼 유방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간절하다는 뜻이겠지?
국회청원 링크를 첨부한다.
관심있는 분들의 동의를 바란다.
https://petitions.assembly.go.kr/status/onGoing/E1EEE13AFECA34F1E054B49691C1987F
그럼 우리가 유방암 신약 엔허투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왜 유방암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유방암 이라고 하면 흔히 여성들이 많이 걸리는 암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2021년 보건복지부 보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의 암 중 발병률이 2위로, 한국에만 25만 명의 유방암 환자들이 있다고 한다.
유방암의 발병률은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고, 발병 연령도 많이 어려졌다.
우리들의 어머니나 아내가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병이니 항상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유방암은 여성들만 걸리는 병일까?
아니다.
혹시 몇 년 전에 방영한 드라마 질투의 화신이라는 작품을 보신분이 있으실까?
조정석과 공효진이 주연을 한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에서 남성인 조정석이 유방암 판정을 받는다.
드라마에서는 별일 없이 치료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남성 유방암이 굉장히 위험한 병이다.
전체 유방암 환자들의 1%만이 남성 유방암 환자이지만, 남성의 경우 발견도 늦고 전이도 많이 되는 편이라서 더욱 사망위험이 크다.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남성이라도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을 꼭 가져야 한다.
그래서 유방암을 여성많이 앓는 병으로 생각하고, 유방암 시장이 작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된다.
세상의 반 만 유방암의 잠재 위험군이 아니고, 전 세계 인구 모두가 유방암에 걸릴 수도 있다.
2020년 WHO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유방암 환자는 전 세계에 230만명이 있었고 65만명이 매년 유방암으로 목숨을 잃는다.
우리가 유방암을 해결할 수 있다면 이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겠지??
그래서 유방암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로, 더 다양한 신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방암의 원인
유방암에 대해 이야기 하기전에, 많이들 암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으니 암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 잡고 가보자.
암이 무엇이냐면, DNA 서열에 돌연변이가 생겨서 죽지않고 끊임없이 증식하는 세포를 말한다.
DNA의 염기서열에 돌연변이를 줄 수 있는 원인은 매우 많은데, 유전적으로 DNA에 문제가 있거나, 생활습관에 의해 돌연변이가 축적되거나, 방사능 등에 노출되서 DNA가 파괴되거나 하는 이유들이다.
암 중에서 유방암은 특히 유전적인 요인이 큰 암이다.
BRCA-1, BRCA-2, PALB-2라는 단백질 서열에 문제가 있으면 특히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니, 유전자 검사를 통해서 이 유전자에 문제가 있으면 미리 유방 절제술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몇 년 전, 안젤리나 졸리가 BRCA-1 유전자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해서 유방절제술을 했다.
그럼 여기서 말하는 BRCA-1,2 BPLA-2가 뭐길래 유방암 유전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이라고 하는 걸까?
유방암의 발현 원리, HER2
유방암은 유방조직의 세포가 끊임 없이 증식하는 병이다.
원래 우리 세포는 성장인자 (growth factor)가 외부에서 주어져야 세포분열을 한다.
이 인자가 없거나, 다른 성장 방해요인이 있으면 분열을 하지 않고 원래 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성장인자들은 세포 표면에 있는 성장인자수용체(growth factor receptor) 에 의해 인지된다.
이런 성장인자 수용체들을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라고 해서 EGFR이라고 부른다.
이 EGFR 에 속하는 단백질들을 EGFR family라고 부른다.
이들의 활성화 메커니즘은 이렇다.
EGFR들은 평소에는 혼자 다니다가 (monomer), 외부에서 성장인자가 오면 둘씩 짝을 짓게 된다(dimer).
이렇게 짝을 짓게 되면, 서로의 구조를 변형시켜 활성화시키고, 세포 내 신호전달을 통해 세포에게 증식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유방암의 경우 대부분 EGFR family 중 하나인 HER2라는 성장인자수용체가 과하게 발현된다.
그럼 제한된 공간에 HER2의 수가 과하게 많아지면, 외부의 성장인자 없이도 둘씩 짝을 짓게 되고, 이는 세포로 하여금 분열하라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이렇게 외부로 부터 증식하라는 신호를 받지 않았음에도 분열을 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니, 암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HER2 단백질에 문제가 생겨서 유방암이 발생하는 것을 HER2 positive breast cancer ( HER2 양성 유방암)이라고 부른다.
모든 유방암이 HER2가 많이 발현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요인에 의해 세포증식이 과해지는 경우도 있으나, 많은 케이스는 HER2+ breast cancer이다.
BRCA의 역할
그러면, 멀쩡하던 EGFR의 발현량이 왜 갑자기 증가하는 것일까?
그 원인은 발현에 관련된 DNA서열이 변하거나,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들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것이다.
우리의 DNA는 항상 원래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래서 DNA가 부숴지거나, 기존과 다르게 복제가 되면 이를 스스로 고치는 시스템이 있다. (DNA repair system)
이 시스템의 일부가 바로 BRCA단백질 들이다.
BRCA단백질은 문제가 생긴 DNA를 인식해서 고치는데 기여하는 단백질이다.
그리고 DNA를 고칠 수 없다고 판단하면 세포가 스스로 자살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즉 BRCA에 문제가 생기면 DNA 서열이 이상해져도 고치거나 세포 사멸을 유도할 수 없게된다.
그런데 만약에 문제가 생긴 DNA의 부분에 의해서 세포가 증식을 더 많이 하게 된다면??
문제가 생긴 세포의 수는 정상 세포보다 훨씬 빠르게 증식하니 그 수가 더 많아지겠지?
이런 원리로 BRCA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방암의 확률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BRCA는 유방에서만 발현되는 단백질이 아니다.
다양한 기관에서 DNA repair에 관여하기 때문에 BRCA 서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암에 대해서 항상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요약
그럼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간단하게 요약해보겠다.
유방암은 유방 조직 세포들이 갑자기 급증하는 현상인데, 주로 HER2라는 성장인자 수용체가 과 발현되는 것이 원인이다.
이런 과발현은 DNA의 변형에 의해 발생하는데, DNA의 변형을 방지하는 것이 BRCA단백질이다.
그래서 BRCA 단백질 서열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유방암을 포함한 몇가지 암에 대해 더 취약한 것이다.
로 정리할 수 있겠다.
엔허투의 원리
이제 유방암의 원인과 몇가지 중요한 개념들을 알게 되었으니 엔허투에 대해 이해해 보자.
엔허투는 ADC에 속하는 신약이다.
ADC는 Antibody Drug Conjugate의 줄임말이다.
한 마디로 항체에다가 화합물 약을 붙여서 정확성과 파괴력을 모두 향상시킨 새로운 군의 약물이다.
그림에서 Y자 모양의 단백질이 암에 특이적으로 붙는 항체이다.
그림에서는 항체가 화합물들보다 사이즈가 작아보이는데, 실제로는 저 항체가 화합물을 다 합친것 보다 100배 정도는 크다.
모식도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자.
그림에서 분홍색으로 보이는 구조가 실제로 암을 죽이는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DXd라고 부르는데, deruxtecan이라는 이름을 가진 물질이다.
이 물질은 DNA 복제 과정에서 DNA가 과하게 꼬이는 것을 막아주는 topoisomerase라는 단백질이 일을 못하게 하는 약이다.
그래서 DNA 복제를 방해해서 암의 증식을 막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DXd는 암을 죽이는 미사일이 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미사일을 아무데나 쏘면 정상세포도 죽겠지?
그래서 유도 미사일로 개량해서 만든 것이 ADC다.
항체가 미사일을 정확하게 암으로 가게 해준다.
엔허투에 사용된 항체의 이름은 trastuzumab이다.
-zumab으로 끝나니 humanized 항체, 즉 항체의 변형가능한 부분을 인간 서열을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은 다른 동물의 서열을 사용해서 만든 항체다.
혹시 항체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은 trastuzumab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블록버스터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herceptin)의 주 성분이 이 trastuzumab이다.
허셉틴의 자세한 원리는 이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길
https://dueffect.tistory.com/m/41
허셉틴의 역할을 간단히만 말하자면, 위에서 이야기한 HER2에 선택적으로 붙어서 HER2 dimerization을 억제해 암의 증식을 억제하는 약이다.
즉 엔허투에 사용된 항체는 이미 많이 팔려서 얼마나 정확하게 암을 타겟팅할 수 있는지 알려진 항체를 그대로 가져 온 것이다.
믿을만 하지?
이렇게 정확한 항체에다가 강력한 약인 DXd를 달았으니 정확성과 파괴력을 다 탑재한 약이 엔허투인 것이다.
그런데 엔허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항체와 화합물 약을 연결할 때 특이한 링커를 썼다.
cleavable, 즉 잘리는 링커를 쓴 것이다.
우리가 엔허투를 사용하게 되면 HER2에 항체 부분이 결합하게 되고 internalizing 원리에 의해서 HER2와 항체가 모두 세포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
이 때, DXd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핵 속으로 이동해서 그 안의 DNA까지 도달해야 하는데, 항체에 매달려 있으면 거기까지 가지를 못한다.
그래서 개발자들은 항체와 DXd사이에 잘릴 수 있는 링커를 달았고, 그 링커는 세포 안에만 존재하는 특이적인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잘린다.
잘리고 나면 DXd는 topoisomerse를 저해해서 암 세포가 DNA를 복제하는 것을 방해하고, 결국 암 세포가 스스로 사멸하게 한다.
정말 대단한 원리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한마디로 엔허투를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허셉틴에 사용된 위대한 항체에 DNA를 파괴하는 강력한 무기를 달고, 잘리는 링커를 이용해 더 무기가 잘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엔허투이다.
엔허투는 기존 허셉틴이 듣지 않는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임상 결과가 있는 만큼 정말 꼭 허가되었으면 하는 약이다.
이 위대한 약이 우리나라에서도 하루 빨리 허가 되었으면 좋겠다.
매력적이고 위대한 약을 개발한 다이치사와 아스트라 제네카도 정말 존경스럽다.
이 글을 읽고 관심이 생겼다면 유방암 청원과 제작사 주식에도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이 글은 상품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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