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살인진드기의 습격? 어떤 원리로 일어나는 걸까
오늘 재미있는 기사를 봐서 바이오의 눈으로 보고 싶어서 가져왔습니다.
바로 서울신문에 올라온 속보인데요, 기사 제목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치료제, 백신 없다..!! 살인진드기..!!
듣기만 해도 굉장히 공포스럽죠?
코로나 이후로 다들 신종 질병의 출현에 경계하는 심리를 자극하는 제목이네요.
이렇게 까지 무서워 해야할까? 어떻게 대응해야할까?
같이 알아봅시다.
먼저 살인진드기에 대해 알아볼게요.
살인진드기
우리가 흔히 살인진드기 라고 알고 있는 종은 주로 작은소참진드기 를 말합니다.
피를 빠는 진드기 중, STFS 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모든 종은 이론적으로는 살인 진드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작은소참진드기는 피를 빨고나면 이렇게 빵빵해지고, 피를 빨기전에는 우리가 아는 곤충들 처럼 생겼습니다.
학명은 Haemaphysalis longicornis 인데요, 절지동물문에 속하는 곤충, 즉 동물 입니다.
학명앞에 Haema 로 시작하는 것 보이시죠?
피와 관련된 접두어니까 이 속에 속하는 진드기들은 모두 피를 빨아먹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럼 얘는 누구의 피를 빨아먹을까요?
바로 피가 흐르는 포유류와 조류의 피를 빨아 먹습니다.
인간도 포유류다 보니 이 진드기의 먹잇감이 됩니다.
근데 사실 얘한테 물렸다고 100% 죽는건 아닙니다.
이 진드기의 별명이 "살인진드기"인 이유는 피를 빠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오기 때문이죠.
사실 말라리아도 모기가 일으키는게 아니라, 모기가 피를 빠는 과정에서 말라리아원충이 우리 몸에 들어오는게 문제인거거든요
그럼 살인진드기를 "살인"진드기로 만드는 바이러스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STFS :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살인진드기에 물렸을때, 운 나쁘게 나를 문 진드기가 STFS 바이러스(Dabie-bandavirus)를 갖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바이러스는 STFS 라는 병을 일으키게 됩니다.
STFS 의 뜻은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 인데요, 직역을 해보자면
심각한 열과 thrombocyte+penia = 즉 혈소판 감소증 을 동반하는 증후군 이라는 뜻이 되네요
그래서 한국어 이름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이 됩니다.
STFS 바이러스는 우리몸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바이러스는 숙주의 몸에 들어가서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숙주세포의 표면에 발현되어있는 세포막단백질에 결합하는 것!
코로나 바이러스는 ACE2 라는 인간의 단백질에 붙은 뒤,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는 건 들어보셨을겁니다.
이와 비슷하게 STFS 바이러스는 C-type Lectin, DC-SIGN 이라는 인간 단백질에 결합합니다 .

이 C-type Lectin (이하 CTL)과 DC-SIGN은 주로 림프구들(백혈구, 혈소판, 면역세포 등등) 에 발현됩니다.
그래서 CTL 이 많이 발현된 혈소판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많이 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소판을 발견한 우리몸의 대식세포(백혈구)는 감염된 혈소판을 잡아먹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혈소판이 급격하게 감소합니다.
또한 CTL 이 많이 발현된 다른 림프구들은 정상적인 면역활동을 못하게 되면서 몸의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들의 수치가 높아집니다.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rom) 들어보셨죠?
이런게 일어나면 인간은 죽습니다...
보통 장기들이 파괴되는 다발성 장기부전이나 고열 등이 일어나거든요..
그래서 이런 일련의 과정들 때문에 치사율이 10% 내외에 달합니다.
우리나라는 치사율이 30%까지 치솟은 적도 있다고 하네요..
어쨋든 이러한 원리로 이 진드기에 물리면 안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STFS 는 인간에게만 일어나는 병인가?
앞서 말했다싶이, 작은소참진드기는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포유류와 조류를 물어서 감염시킵니다.
그럼 우리가 키우는 가축들도 작은소참진드기에 감염되면 위험한거 아닌가요?
야생동물들은 어떡하죠?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그들은 안전합니다.
사실 이 작은소참진드기와 STFS 바이러스는 인간을 괴롭히면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아닙니다.
STFS 바이러스의 일반적인 생활사는 인간이 아닌 다른 포유류들을 중간숙주로 거치면서 번식과 성숙을 하고, 다시 진드기를 통해서 옮겨지고 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온 바이러스입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 기껏 찾아낸 숙주를 죽인다면? 바이러스도 죽는겁니다.
특히 코로나처럼 비말감염처럼 쉽게 감염이 되는것도 아니고, STFS 같이 물려서 감염되는 애들은 무조건 숙주가 살아있어야 번성을 합니다!!
그래서 성공적인 바이러스들은 숙주를 잘 죽이지 않습니다.
숙주의 치사율이 10%이면 바이러스 자기자신의 치사율도 10% 인거거든요.
그래서 일반적인 다른 동물들은 STFS 에 감염되어도 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원래 STFS의 중간 숙주가 아닌데, 어쩌다 보니 들어온것이죠.
어쩌면 아직 공생을 할 준비가 안된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인간들에게 특히 위험한 병인 것입니다.
인간말고도 일부 포유류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집고양이들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하니 냥집사님들은 조심하시길
단, 소나 닭은 STFS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죽지는 않지만 생산량이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네요.
어쨋든 완전히 건강하지는 않나봅니다.
정리
오늘은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는 살인진드기와 그에 의해 일어나는 병인 STFS에 대해서 과학적인 시각으로 한번 바라봤습니다.
생물이 상호작용을 하지 않던 종과 만나게 되면서 이렇게 알 수 없는 위험한 일도 일어난다는 것의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 STFS 바이러스에 감염이된 진드기가 인간을 물면 STFS 바이러스가 인간의 혈소판과 면역세포들에게 감염되어서 혈소판 감소증과 과도한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나 인간이 아닌 동물들은 STFS 에 감염되어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정도가 됩니다.
제 과학적 시각이 맘에 드셨다면 제 블로그의 바이오주식 이야기들도 많이 읽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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